자랑스러운 우리의 MB대통령께서 스웨덴 방문해서
확실치도 않았던 에릭슨(Ericsson)의 2조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레발치고 있을 때
정작 에릭슨은 한국보다도 다른 곳에 더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청와대가 에릭슨 2조원 한국 투자 유치를 발표한 그 다음날 에릭슨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에릭슨과 노키아 지멘스는 노텔 무선사업부 인수 게임을 펼쳤다.
우선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장비 회사인 노텔의 상황이 어땠는지 살펴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의 모기업인 노텔은 북미 통신 장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LTE 개발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었으나
Mobile Wimax 사업자 선정 실패, 화웨이(Huawei)의 저가 공세로 인하여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하다가
결국 2009년 1월에 캐나다 법원에 파산보호신청(Bankruptcy Protection)을 하였다.
캐나다 법원은 회생 대신 노텔의 각 사업부를 분리하여 시장에 내놓았다.
각 사업부가 하나씩 매각되는 가운데 2009년 6월경 CDMA/LTE관련 기술을 가진 무선사업부의 입찰이 시작되었다.
무선통신분야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가지는 합작회사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가 노텔 무선사업부에 관심을 보였다.
반면 세계 1위로 market leader의 자리가 확고한 에릭슨은 노텔 무선사업부의 인수에 관심이 없음을 내비쳤다.
세계 3위에 빛나는 중국 화웨이는 정치적인 이유로 노텔 무선사업부의 인수 참여가 막혀있는 상황이었다.
2009년 6월 20일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Nokia Siemens Networks) 6억 5천만 달러 인수제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138&aid=0001954534)
실상 노텔 무선사업부의 인기는 그리 있어보이지 않았다.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Nokia Siemens Networks, 이하 NSN)외엔 관심을 보인 메이저 업체가 없었다.
6억 5천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 수 없다는 노텔 채권단 이야기가 있긴 했으나
노텔 내부 사람들은 물론 우리 회사 사람들과 나 역시
NSN이 노텔 무선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입찰마감 및 발표날인 7월 25일은 다가오고 있으나 입찰에 참여하는 메이저 업체는
NSN외엔 없었으므로 이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2009년 7월 22일 美 사모펀드 매틀린페터슨 계열 MPAM와이어리스 MPAM 7억 2천5백만 달러 인수제의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72206545795465&outlink=1)
입찰 마감은 3일 앞두고 갑자기 사모펀드의 인수제의가 들어왔다.
그래도 NSN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다.
상대는 사모펀드였을 뿐이고, NSN과 경쟁할만한 메이저 업체의 입찰은 없을 것 같아보였기 때문에
그 다음날 에릭슨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9년 7월 23일 에릭슨 7억 3천만 달러에 인수 제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1951060)
반전이었다.
입찰마감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제까지 노텔 무선사업부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에릭슨이 갑자기 입찰에 참여 할 줄이야...
폰노이만(Von Neumann)이 만든 게임이론은 게임의 참여자가 자신의 이득 성취를 위해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합리적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로 유명한 존 내시(John Nash)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인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 이론을 발표하였는데,
게임의 참여자들이 최상의 이득이라고 생각되는 대응을 한 뒤
서로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상태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한뒤 만든 이론이다.
이 때 게임 참여자의 균형상태를 내시 균형이라고 한다.
(수학자인 존 내시는 내시균형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갑자기 내시 균형을 이야기 해서 뜬금없긴 한데....--;
계속 이야기를 해보자면
NSN이 노텔 무선사업부를 6억 5천만 달러에 인수제의 한 뒤 약 한 달간의 기간 동안
내시균형이 적용되는 상태로 보였다.
NSN이 노텔 무선사업부 인수 제의를 하기 전부터 관심이 있음을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에릭슨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고 외부적으로는 에릭슨이 노텔에 관심 없음을 어느 정도 알린 상태였다.
따라서 에릭슨은 노텔을 인수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음을 내부적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보였다.
NSN은 에릭슨이 노텔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노텔 무선사업부의 인수대금을 높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6억 5천만 달러라는 헐값에 인수 제의를 한 것이다.
에릭슨은 인수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여지는 상황이었고
NSN은 헐값에 인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여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에릭슨은 인수 제의를 하지 않았고 NSN은 헐값에 인수 제의를 하였다.
두 업체 모두 이익인 가운데 두 업체의 행동이 변하지 않는 내시 균형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약 한달간 두 업체 간의 내시 균형은 입찰발표 이틀전에 깨어져 버린다.
그 이유는 에릭슨의 입장에서 노텔을 인수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이익을 내는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승부수를 띄운다.
노텔 무선사업부 인수전 최종 승자는 에릭슨, 11억 3천만 달러에 인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2181452)
에릭슨은 게임 전략은 애초부터 내시균형이 아니라 정보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이었던 것이다.
에릭슨은 처음부터 노텔 무선사업부를 인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텔 무선사업부를 인수할 계획과 인수 적정 금액까지 산출해 놓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릭슨은 외부에 노텔 무선사업부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렸다.
NSN은 에릭슨이 노텔 무선사업부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노텔의 인수를 제의하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행동을 결정한다.
하지만, 에릭슨은 입찰 발표 이틀전에 경쟁사보다 높은 금액인 7억 3천만 달러에 인수를 제의했다.
NSN은 부랴부랴 8억달러까지 인수금액을 올리겠다고 했다.
아마 NSN 내부적으로 검토한 인수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이었으리라
하지만 에릭슨은 더 높은 금액으로 인수할 가능성까지 검토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들은 11억 3천만 달러에 인수를 제안하였고 그대로 게임은 끝나버렸다.
에릭슨이 인수한 11억 3천만 달러는 NSN이 제안한 6억 5천만 달러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내시 균형 상태를 너무 믿고 안심했던 NSN에 있어서는 11억 3천만 달러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NSN은 경쟁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높은 금액의 인수에 대한 검토가 없었고
타 회사의 높음 금액 입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NSN은 경쟁자가 높은 금액을 인수한 그 상황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을까?
문제는 시간이었다.
에릭슨은 입찰 발표 이틀 전에 게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입찰 당일 NSN이 처음 인수 제의한 금액보다 2배가 많은 금액으로 입찰해버렸다.
에릭슨의 행동에 대해 NSN은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여 행동으로 옮길 시간 조차 없었다.
NSN은 내시균형을 너무 믿었고
에릭슨은 내시균형 대신 비대칭정보를 이용하여 NSN의 뒤통수를 멋지게 때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릭슨은 한국 통신 시장이 아닌 북미 통신 시장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이 분명하다.